프레디 아두의 여정

조회 수 5234 추천 수 0 2015.02.14 19:54:59


adu1.jpg



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혜성처럼 떠오른 미국 축구의 스타 유망주들은 정말 많았습니다. 미국 축구계 역시 과거 '프로젝트-40', 현재는 '제너레이션 아디다스'로 불리는 이른바 엘리트 신인들을 선정하여 스타로 키워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엘리트 육성기관 IMG 아카데미의 존재 역시 무시할 수 없죠.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이러한 엘리트 코스를 거친 대표적인 결과물들이 팀 하워드, 다마르커스 비즐리, 마이클 브래들리, 클린트 뎀프시, 랜던 도노반, 카를로스 보카네그라, 바비 컨베이, 오구치 오녜우 등으로 결국 이들은 각급 청소년 대표를 거쳐, 혁혁한 성과를 쌓아 올린 2000년대 미국 국가대표팀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프레디 아두는 이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거치면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아직까지도 한국 축구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2003 U17 세계 선수권 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미국 U17 대표팀 선수들 중 대부분은 이후 아주 변변치 못한 선수 생활을 보냈으며, 그나마 에디 게이븐, 마이클 해링턴, 코리 애쉬 3명 정도만 이후 리그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을 이어갔고, 아두와 함께 가장 기대받는 선수 중 한 명이던 조나단 스펙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했으나 이후 하위권 팀들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14세의 나이에 슈퍼드래프트에 참가, DC 유나이티드에 입단(2004)하면서 앞으로도 영영 깨지지 않을 MLS 최연소 프로계약 기록을 수립합니다. 프로 무대가 녹록치는 않았고 해외 진출 시도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만, 프로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으면서 2006 시즌에는 확실히 팀의 주전급으로 도약하고 리그에서 인정받을 정도의 활약을 쌓아올리게 됩니다.


2007 시즌에 아두는 트레이드를 통해 레알 솔트레이크로 팀을 옮기는데(이 때 트레이드로 함께 RSL로 이적한 선수가 현재 MLS 역대 최고 골키퍼 반열에 올라선 닉 리만도입니다), 이즈음 리그에서의 폼이 특출난 것은 아니었으나, 2007년 U20 월드컵에서의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반 시즌 만에 포르투갈의 명문 벤피카로 이적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즈음만 해도 아두는 어린 시절의 폭발력을 잃어버린 시점이었고 유럽에서 바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아두는 한 시즌 동안 벤피카의 일원으로 함께 했으나 1군 멤버로서의 경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임대를 전전하게 되면서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아두의 '뜻밖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AS 모나코, 발라낭시스, 아리스, 리제스포르까지. 4년 여간의 시간동안 고정적인 경기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고 끊임없이 환경의 변화를 겪고 이에 능숙하게 적응해가지 못하면서 아두의 잠재성은 갉아먹어집니다. 청소년 대표팀이 아닌 성인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준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요.



adu-goal.jpg



고전하는 아두에게 필라델피아 유니언으로의 이적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청소년 대표팀의 은사 표트르 노박과 재회하는 점에서도 그랬고, 고국에서 안정적인 관리를 받으며 꾸준히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부분이 아두에게 무엇보다 절실했습니다. 돌아온 필라델피아에서조차 아두는 리그 탑급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였습니다만 녹슬지 않은 킥과 일대일 공격 능력, 빼어난 개인기량을 증명해 냈습니다. 2012 시즌 필라델피아 유니언 자체가 상당한 침체를 겪었기 때문에 아두의 기량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여유와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두가 프로 무대에서 받는 악평은 데뷔 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성인 무대에서 필요한 단체스포츠에서의 소양이 현격히 부족하고 개인기량을 맹신한다는 평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이대로 내치기에 아두라는 선수는 여전히 꽤 매력적인 선수라는 점을 아두는 필라델피아에서 보여주었습니다. 2014 시즌 우승팀 LA 갤럭시의 신성 공격수로서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공격수로도 주목받고 있는 갸시 자르데스를 보면서 프레디 아두의 모습이 살짝 스쳐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아두가 조금 더 팀에 조화롭게 융화되면서 컨디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저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어찌 되었든 아두는 필라델피아의 암울했던 2012 시즌 종료 후 다시 외국으로 발길을 돌려 바히아로 향했으나 또다시 실패의 기록을 썼고, 여기저기 입단 테스트를 떠도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전 미국 국가대표팀 밥 브래들리가 감독으로 있던 스타백조차 아두를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아두는 세르비아의 야고디나에 둥지를 틀었으나, 2014년 연말 계약 종료로 떠났습니다. 이 때 인터넷 상에서 아두가 야고디나에서 "방출"되었다는 식으로 소식이 떠돌자, 아두가 트위터상에서 이례적으로 방출이 아닌 계약 종료임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아직까지 아두는 새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레디 아두가 선수로서 자존감이 가장 극한까지 떨어진 시기가 바로 요즘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해 봅니다.


어디서부터 아두의 커리어가 망가진 것일까요? 애초에 아두에게 슈퍼스타로 성장할 잠재력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성인 무대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요. (DC 유나이티드에서 보여준 모습이 '나이에 비해서' 아주 수준급이었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지만요) 그렇지만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도 아두에게 'MLS 팀의 주전 선수' 혹은 '미국 국가대표팀 상비군' 정도의 잠재력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2012 시즌이 끝난 후 아두가 필라델피아를 떠나지 않고, 내지는 MLS 무대를 떠나지 않고 남았더라면 아두의 선수 인생은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두가 확실히 주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팀은 없었지만 준 주전급 선수로서나 조커로나 그의 공격 재능을 필요로 하는 팀들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두는 또 다시 기약 없는 해외 여정을 택했고 마냥 젊었던 아두는 이제 우리 나이로 27세가 되었습니다. 2012 시즌 필라델피아에서 24경기에 출장하며 선수 생활의 재활에 들어갔던 아두는 또다시 소중한 2년을 허송세월하며 날려버렸고 남은 시간이 그다지 길지는 않습니다.


아두는 현재 워싱턴 DC 근교에서 개인적으로 운동을 이어가며 새 팀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으로의 복귀를 바라는 팬들이 많지만(특히 친정팀 DC가 된다면 더욱 좋겠죠)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네요. 저는 아두의 팬이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다시 재기하여 MLS에서 부활의 축포를 쏘아올리고 미국 국가대표팀 저지를 입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정말로 바랍니다. 벤피카 이적 이후 올해가 햇수로 8, 9년차가 되네요. 축구의 신이 프레디 아두에게 다시 미소지어 주기를 기원합니다.



아두의 청소년 대표팀 동료 중에는 함부르크 유스 소속으로 주목받던 프레스턴 짐머만, 역시 삼프도리아 유스였고 청소년 대표팀에서 뛰어난 골감각으로 주목받던 가브리엘 페라리, 프레디 아두의 '수비수 버전' 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어린 시절 큰 기대를 모았던 브라얀 아르게스, 번뜩이는 순간적 재치가 돋보였던 미드필더 대니 스제텔라같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미국의 장래를 이끌어갈 선수들로 주목을 받았으나모두들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죠. 2007년 미국의 U20 멤버 중 마이클 브래들리와 조지 알티도어 단 두 명 만이 정말 미국 국가대표팀의  '대들보'라 할 위치까지 올라섰고, 댁스 매카시와 토니 벨트란, 로비 로저스 정도가 리그에서 손에 꼽을 만한 기량으로 성장했을 뿐 당시 스쿼드의 절반 정도는 MLS의 로테이션 플레이어로조차 자리잡지 못하였습니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한국의 '차세대 국가대표' 유망주들이 떠오르는것도 우연은 아니겠죠. 심지어 U20 레벨에서 인정받은 선수들조차도 성인 무대에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는지 가늠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유소년들에 대한 훈련과 기량 측정 기술은 날로 정교해지지만 첼시에서의 프랑크 아르네센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유소년기의 기량을 맹신하는 오류를 빚었습니다. 지금 이승우로 대표되는 유망주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찬사가, 먼 훗날 프레디 아두의 트위터를 뒤덮게 되는 비아냥과 비웃음으로 바뀌어 그들을 할퀴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유소년 축구와 성인 축구는 상당히 다른 영역이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유소년기의 기대치를 바탕으로 선수를 재단하려 하면 선수에게는 부담감이 되고 선수 경력이 쉽게 풀리지 않을수록 더욱 조급해지겠죠.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면 참 좋겠습니다만, 이 선수들의 커리어가 사람들의 예상대로 술술 풀리지만 않을 때 이들에게 실패자의 낙인이 찍혀진다면 보는 입장에서는 많이 서글플 것 같네요.




title: Uruguay 2014 WC Home No.2 LuganoPivote

2015.02.15 00:21:58

제 2의 xxx라는 찬사를 받거나 유소년 때의 기량을 바탕으로 성인 무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마추어 레벨과 성인 레벨의 차이는 분명하고(그래서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원인 중에 일부는 본격적인 성인 레벨을 겪어보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선수들이 부침을 겪기 시작하였을 때 포기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이고 한술 더 떠서 못할말도 많이 듣곤하죠.


마지막 문단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title: River Plate Home No.10허제군

2015.02.15 16:21:55

잘봤습니당. 저도 아두가 필라델피아 와서 잘하고 있는데 금방 나가버리고, 클레베르랑 트레이드로 바이아 갔을 때 좀 의아하긴 했네요. 역마살이 낀건지 그냥 쭉 있지 왜 저럴까 싶었는데 결국 지금 팀도 없고... 어디 입단했다는거 보다도 어디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더 접하게되는 선수가 되버린듯; 역시 반전/반등의 여지가 있어야겠지만, 사실 반등이라기보다도 애초에 성장이 필요한 재능이었던거 같네요 너무 빨리 프로에 온 것도 독이 된 듯하구요.

title: River Plate Home No.10허제군

2015.02.15 21:51:06

아두 클럽 구하긴 했네요

Freddy Adu se convierte en promotor de discotecas

는 나이트클럽...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관련글 모음 허접Zero 2013-02-27 57876
공지 Column 게시판 가이드라인 허접Zero 2011-02-26 48107
164 2014 월드컵 직전 스콜라리가 준비한 브라질 대표팀 title: Brazil 2002 WC Home No.9 Ronaldo페노메노 2016-11-16 2638
163 카르톨라, 브라질 리그 상황을 한눈에 알아보자 title: Brazil 2002 WC Home No.9 Ronaldo페노메노 2016-11-16 2209
162 2017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진출 자격 변경 title: Brazil 2002 WC Home No.9 Ronaldo페노메노 2016-11-16 2430
161 가비골, 2016시즌 브라질 전국 리그 평점 모음 title: Brazil 2002 WC Home No.9 Ronaldo페노메노 2016-09-09 2045
160 브라질 U-23 2016 올림픽 전 경기 종합 평균 평점 title: Brazil 2002 WC Home No.9 Ronaldo페노메노 2016-08-24 2631
159 [오피셜] 브라질 올림픽대표팀 최종명단 18인 공개, 분석 [7] title: Internacional 2015 Home No.10 D'Alessandro다니에루 2016-06-29 6080
158 브라질 전국리그(1~4부리그) 방식 소개. [5] title: Internacional 2015 Home No.10 D'Alessandro다니에루 2016-04-16 3101
157 펩 컨피덴셜 제1장 - 시간, 인내, 정숙(4) [1] title: Uruguay 2014 WC Home No.2 LuganoPivote 2016-01-25 3743
156 펩 컨피덴셜 제1장 - 시간, 인내, 정숙(3) [3] title: Uruguay 2014 WC Home No.2 LuganoPivote 2016-01-12 3820
155 펩 컨피덴셜 제1장 - 시간, 인내, 정숙(2) [3] title: Uruguay 2014 WC Home No.2 LuganoPivote 2016-01-02 3633
154 펩 콘피덴셜 제1장 - 시간, 인내, 정숙(1) [3] title: Uruguay 2014 WC Home No.2 LuganoPivote 2015-12-20 3604
153 MLS: CBA 극적 타결 [2] title: USA 2014 WC Away No.8 DempseyK001 2015-03-05 4334
» 프레디 아두의 여정 [3] title: USA 2014 WC Away No.8 DempseyK001 2015-02-14 5234
151 프랭크 램파드의 임대계약 파동 전말 [6] title: USA 2014 WC Away No.8 DempseyK001 2015-01-01 5463
150 재정위기에 처한 브라질 구단들의 2015년 [8] title: River Plate Home No.10허제군 2014-12-28 5316
149 미국 국대 1월 캠프에 소집될만한 MLS 스타 TOP 10 [2] title: USA 2014 WC Away No.8 DempseyK001 2014-12-28 4550
148 [중간 정리] 유럽에서 뛰는 중남미 선수들의 활약 - 3탄 세리에 [6] title: Corinthians 2009 Home No.9 Ronaldo티망 2014-11-28 7945
147 [중간 정리] 유럽에서 뛰는 중남미 선수들의 활약 - 2탄 라리가 [13] title: Corinthians 2009 Home No.9 Ronaldo티망 2014-11-26 5482
146 [중간 정리] 유럽에서 뛰는 중남미 선수들의 활약 - 1탄 EPL [8] title: Corinthians 2009 Home No.9 Ronaldo티망 2014-11-25 5145
145 파브레가스 이적이 오스카에게 미치는 영향 [5] title: River Plate Home No.10허제군 2014-08-02 37889

XE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